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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드네의 실

손끝이 푸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하룻밤 새 키보드 위를 노닐고 딱딱한 액정 위를 두들기느라 차가워진 손가락 끝에 이른 아침의 희미한 빛이 물들어 있었다. 얼얼하게마저 느껴지는 손가락을 슬쩍 문질러보는 동안 아직 이렇다 하게 춥다고 느낀 계절이 아니었음에도 긴장한 채 굳어있던 어깨 위가 서늘했다.

휴대폰을 내려두고 본 것은 어떤 화면이었다. 일정하지 않은 간격과 시차 따위도 예측할 수 없이 쌓여가는 언어의 조각들이다. 컵 안을 채우는 물처럼 차곡차곡 밀려 올라가는 문자들은 규칙도 없이 수평을 맞추지 않은 채 제멋대로 쌓여가는 벽돌들 같기도 했다. 그 행렬이 넘치거나 쓰러지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꼭 여럿이서 모여 시끄럽게 떠들어대며 하던 테이블 위의 어떤 게임이 생각나기도 한다. 톡, 손가락을 잘못 튕겨낸 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블록들 같은 것. 열과 성의를 다하는 사람도 있겠고 대충 아무렇게나 놀리는 사람도 있었던가.

마지막으로 보냈던 메시지는 과연 닿았을까. 문자 몇줄일 뿐인 데이터의 행방은 이제 알아낼 방도가 없다. 불 켜진 모니터를 둔 채 휴대폰을 내려둔 순간 함께 지켜보고 있던 모든 일들 또한 전송의 여부를 알 수 없을 문자와도 같았다. 마치 표지조차 살펴볼 생각이 없던 책과도 같다. 본의 아니게 넘겨보다가 와르르 쏟아지는 낱낱의 종이들과 같지 않을까. 순식간에 흩어져 어느 것이 결말인지 쪽수조차 분명하지 못해 마지막 장을 헤아릴 수 없는 것들. 마치 엉성하게 제본 된 책과도 같다. 결말을 찾아내 읽었다 한들 납득할 수 없다면 잘못된 쪽대본으로 여기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 읽지 못한 이야기에 끝에 과연 의미란 게 있을까.

어쩌면 이미 한 번 거쳐 갔을 이야기, 있을 수 없는 일 따위는 꿈속의 이면처럼 내려둔 채 필요한 선택지만을 따라가며 지켜보는 이야기. 더 남아 있는 이야기는 없이 그 나머지는 다 그려보지 못할 바로 내일의 일처럼 알 수 없는 일들로 기약해야 할 것이다. 정해진 수순을 따라 익히 알고 있는 선택지만 따라간다면 아마도 새로운 페이지를 넘기는 시작점엔 자신 또한 함께하고 있을 것이므로. 어떤 이야기의 끝이 누군가의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책장은 다 읽지도 못한 채 흩어졌지만 알지 못한 결말을 두고 감상을 말하는 것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다는 소리다.

아직 잠이 들 수는 없다. 들어야만 하는 소식이 있었다. 그 소식을 몇 번이나 번복한 시간이 있었다고 인지한다. 흩어진 낱장들을 한데 모아 이어 붙이고, 다시 풀어헤치고, 다시 모으기를 반복하며 완성하는 이야기의 시작이다. 어쩌면 이미 한 번 그 이야기의 끝에 당도했을지도 모르겠다. 피곤함에 잔뜩 울렁이는 어지럼증에도 긴 시간을 추리하며 떠들어댄 것 치고는 퍽 논리적이지 않은 감상이었다. 출근 준비만을 이유로 들더라도 잠들 수 없는 아침이었던 탓에 몽롱한 의식 속으로 떠올린 실없는 생각일 수도 있었다.

하수창은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점점이 몰려오는 잠에 취해 먹먹해지는 귓가로도 누군가의 이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낯선 복도를 헤매다가 마침내 조우하게 될 한 사람을 떠올리는 동안 시간의 초침이 초조하게 흘렀다. 기다림은 오래 지나지 않아 끝을 고하게 것이다. 그리고 만남이 시작되겠지. 내가 만약 너를 만나게 되는 곳은, 그리고 만약 널 만난다면…….

TV의 잡음 소리가 어지럽게 귓가를 맴돌았다. TV를 켜놨던가? 의문을 하다가도 곧 아침까지 켜둔 TV 전원에 관한 사소한 문제는 접어두기로 한다. 백색 잡음이 잔뜩 낀 채로 고막을 파고드는 뉴스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불쾌하기만 했다. 요즘 같은 때에 TV 수신 신호에 문제 생길 일이 얼마나 될까 싶었으면서도 어쩌면 깜빡 선잠이 든 탓일 수도 있으려니 했다. 목소리가 들렸다. 줄곧 연이어 지켜보던 그 소식들과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눈이 감겨온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어두운 복도 한복판에 서 있었다.

 

 

 

***

 

 

 

영화 하나를 떠올렸다.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어떻게 이곳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과거의 시작점 따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양 당연하다는 듯이 만들어진 공간과 그 사이에 존재하는 인물. 영화는 꿈을 그렇게 표현하곤 했다. 상상으로 점철된 표현일 테지만 하수창은 영화 속 꿈에 관한 설명이 퍽 과학적이지는 않았나 평했다. 천생 문과생인 사람이 과학이 다 무슨 말이냐 싶었음에도, 서로 다르게 엇갈리는 시간의 흐름 또한 꿈속에 녹아든 채 어느 것이 먼저인지 알 수 없는 것이라면 실로 그럴싸한 설명일 것이라 평했다.

‘이론이 다 뭐야. 완벽하게 맞추면 모든 창작물이 재미 없어 지는 법이라고.’

그러나 영화 속의 꿈이란 누군가의 설계였으며 위기의 순간은 이변과 함께 찾아오곤 했다. 모든 이야기가 그러하듯, 이변은 꼭 불시에 찾아보는 법이었다.

불빛이 없는 복도였다. 그러나 서 있는 제 모습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의 밝기가 있다. 애초부터 어둠뿐일 공간이었을 테니 한 사람이 움직일 만큼의 시야를 허락하며 불을 밝혀주고 있음이 분명하다. 어디든 몸이 움직이는 대로, 딱 그 뿐이었으며 뒤를 돌아보면 앞을 보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지나온 길 모두가 암흑 속이었다. 떠올려본 영화의 이야기처럼 이곳이 만약 누군가 일부러 만들어둔 꿈과도 같다면,

‘고약하네.’

중얼거리려던 것을 생각만 해본다. 빛이 없는 자리는 검은 것, 그다음은 내딛는 몸 위로 비추는 흰 빛. 노래하던 망령들이 갇히기엔 딱 좋은 곳이라고도 생각했다. 음악에 관해선 영 제대로 된 지식이 없었음에도 디딜 때마다 밝아지고 곧바로 어두워지는 자리를 꼭 건반과 같다고 생각했다. 관련된 정보를 문자로만 눈에 담아봤을 뿐인 하수창은 어느 것을 기준으로 정음을 따져야 하는 것인지 잘 알지 못했다. 조금 더 높이 불러 본다던가 아니면 조금 더 낮게 소리를 내어본다는 행위에 관해, 그것이 예술이라는 걸 인지하면서도 어떤 것이 더 좋고 나쁜지는 그저 제 귀에 닿는 취향으로만 판단할 뿐이었다. 걷고 있는 곳의 빛과 어둠을 건반에 빗대어 생각하는 중에도 손가락 대신 발을 움직여 밝혀볼 뿐인 자리를 보편적이거나 올바른 곳이라 생각하기엔 그에 관한 지식이랄 게 없었다. 올바른 음과 튀는 음, 참 혹은 거짓.

‘음악이라면 그렇겠지.’

또 다시 생각해보았지만 그렇다고 굳이 다른 걸 떠올리며 비교해본들 이 장소에선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걸을 뿐이었다. 발길이 닿는 대로, 길을 비추듯이.

사람이 걸을 땐 손과 발이 교차하기 마련이다. 으레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기 마련이던 하수창이었지만 지금은 그 손을 빼둔 채 마치 의식이라도 하는 것처럼 양손과 양발을 엇갈려 천천히 움직이며 걷고 있었다. 시선은 앞을 두고 있다. 원래 가야 할 곳이 정해지기라도 한 것처럼 정면만을 보고 있지만 실로 어디로 가야 할지는 생각해 두지 않은 상태였다. 실체 없는 상대를 속이기라도 하듯 앞을 바라본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발길이 닿을 때마다 밝혀지는 복도의 천장과 바닥, 그리고 주변의 벽 뿐이었다. 인간의 시야란 결국 두뇌의 속임수에 취약할 뿐이라서, 한쪽 눈만 감으면 신체 연산이 속이지 못한 나머지 부분을 명백하게 인지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양 눈을 뜨고 있을 때 실상 볼 수 있는 부분은 콧등까지임에도 방해가 되기에 뇌가 그 시각을 지운다고 했던가. 책에서도 알았던 지식이며 어쩌면 질금질금 훔쳐보기나 하던 SNS를 통해 알게 된 잡학일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지식의 출처를 상관할 일은 없을 테니 한쪽 눈을 감아 본다. 마치 누군가를 속이기라도 할 것처럼 슬며시, 한쪽 눈을 감아본 시야는 여전히 앞을 향하기로 했다. 오른팔이 올라가고 오른발은 뒤로 향한다. 그다음으로 왼팔이 올라가고 왼발이 뒤로 향한다. 초침처럼 일정한 시간을 두어 여러 번을 엇갈린다. 시선은 앞으로, 눈을 깜빡일 땐 한쪽만. 교차하는 팔과 다리를 생각하며 번갈아 감아본 시야 아래로 마침내 거뭇한 것들이 보였다. 닿을 듯 뻗어오다가도 그다음 반대의 손을 내밀어볼 때엔 사라진다. 몸을 움직이며 곁눈질로 지켜보는 것은 제 팔과 다리였지만 따라오는 그림자는 달랐다. 그것이 어떤 형태를 갖추고 있을는지 굳이 세세하게 따지지 않더라도 비슷한 것을 익히 알고 있기에 금방 알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목과 허리가 고장 나고 아프기만 하다는 비효율적인 인간의 진화과정에서도 꼭 그래야만 했을 이유를 찾는다면 저 그림자와 같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리는 아니다. 그건 그냥 걷기만 할 뿐이니까. 손이다. 많은 것을 해내기에 결국 지금의 모습을 일구어낸 손이다. 축적된 지식이 없더라도 움직여 방법을 만들어낸 것이 손이며 그것이 본능이 되어 마치 생각이 없이도 움직일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손이다. 움직이고, 만지고, 만들고, 두들기고, 떠들고…….

깜빡, 오른쪽 눈을 감았다. 거뭇한 손끝이 슬쩍 반짝인 것도 같았다. 또 한 번 깜빡, 이번엔 왼쪽 눈을 감아본다. 잠시간 점멸하듯 시커먼 끝으로 변했던 손가락이 또 한 번 반짝였다. ‘아하, 그렇구먼.’ 이윽고 하수창은 반짝이는 손끝을 의식하지 않기 위해 애쓰며 여전히 앞을 보고 걸었다. 깜빡, 깜빡, 일상을 보내는 모든 평범한 사람이 그러하듯 제 눈이 건조함을 피해 무의식적으로 깜박이는 것 또한 의식하지 않기로 했다. 깜빡깜빡, 따라오는 손 끝 또한 발걸음에 맞춰 흰 빛을 밝히다 곧바로 다시 어두워지기를 반복했다.

그림자가 맞을까? 그림자가 아니었다면 다른 것을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저것이 마냥 신기루 같이 눈을 돌리면 사라지는 얼룩으로 보이는 이유는 딱 하나일 것이다. 그저 까맣게만 보이기에 그림자로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튀어나와 닿을 듯하더라도 사라지는 것을 그림자라고 할 수 있을까. 까맣지 않았다면 아마도 다른 것이 또 보였을 것이다. 저 손가락 하나하나에 입이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눈동자가 달려 있거나. 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무척이나 시끄럽겠지. 손톱이 달려 있다면 마치 칼날과도 같을 테다. 어둡기만 해도 실상 눈을 찌를 만큼 요란한 빛깔일지도 모른다. 저 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밝힌 딱히 유쾌하지만은 않을 문자들의 빛깔이다.

‘눈 아프고 시끄러운 거.’

멈추어 선 채로 생각한 것은 곧 말과도 같다. 저 손이 소리 없이 말을 하는 것과 같이. 그렇게 생각한 하수창은 지금 이 순간 제 발아래 서 있는 공간에서 딱 한 사람분의 길이로 뻗어나간 팔과 그만큼의 시야만을 허락하는 빛을 응시했다. 팔을 뻗고, 무언가를 내밀 수 있을 만치의 공간을. 손을 뻗는다고 해서 잡을 수 있을 무언가가 있으리란 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수창은 제 손을 뻗어 누군가에게 닿았던 최초의 순간을 생각했다. 눈앞에 손가락을 올려보고는 까딱까딱, 엄지를 움직여보다가 곧바로 검지마저 굽혀보았다. 아니지, 열 손가락을 다 썼던가? 물결처럼 움직여본다. 마치 쳐본 적 없는 피아노 건반 위를 움직이듯이. 발아래 흐르는 그림자들이 갈래갈래 굽이치기 시작했다. 마치 손가락처럼.

도로 주머니에 넣어 본 손가락 끝에 아까는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했던 딱딱한 물건이 걸렸다. 주머니 한쪽이 묵직했다. 익숙하고 매끄러운 촉감을 매만져본 하수창은 문득 이 장소에 처음 서 있던 때를 기억했다.

— 뭐어? 지금 그런 말 할 때야? 그렇게 난리 쳐서 데려다줬더니 병원에 있단 말에 헐레벌떡 달려온 오빠한테 지금 다짜고짜 뭐라고 하는 거야?!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렸다. 익숙하면서도 귀에 걸리는 어조는 제법 거슬린다. 내 목소리, 저렇게 들리나? 이야 이거 꽤 재수 없을 수도 있겠다? 근데 왜 저렇게 성질을 내고 있대? 그리고 또 깜빡, 눈을 감았다. 조명이 꺼진다.

 

 

 

 

 

암전이었던 것 같다. 아주 잠깐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고 생각한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 지도 모른 채 눈을 떴을 때 하수창은 또 다시 이 복도에 홀로 서 있었다. 빛이라곤 단 한 사람만을 비추어주는 복도 한복판에서 그 앞에 무엇이 있는지,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알 필요가 없다는 듯, 혹은 알 수 없을 것이라는 듯 어둡고 낯설기만 한 장소의 의미를 천천히 떠올려본다. 아무런 연관도 없을 뻔했던 외부의 인물 ‘하수창’이 마음을 고쳐먹고 손가락을 발길처럼 놀려 당도하기를 바랐던 어떤 만남의 의미를.

모니터를 바라보고, 휴대폰을 내려두고, 그리고 뭘 했었더라? 시계를 바라보고 6시가 조금 넘어간 숫자를 본 뒤 푸르게 물드는 창가를 멍하니 응시한 채 건조해진 눈가를 몇번이고 문질러댔다. 피곤해서 먹먹해진 귓가에 노이즈처럼 머리를 울렸던 TV 뉴스의 소리를 멍하니 흘려보냈던가. 이대로 조금 잠들어도 될까, 조금만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지그시 눈을 감았던 것도 같다. 깊은 숨 한 번을 내쉰 직후로 하수창은 실로 잠시 잠이 들 수 있었다. 그랬다고 생각했다.

‘아니지, 사실은…….’

내려둔 휴대폰을 다시 켜볼 생각은 들지 않았다. 흐려진 시야가 닿은 곳에 지치지도 않고 꾸물대며 밀려 올라가는 문자들의 흐름을 바라본다. 물 아래에 잠긴 스피커처럼 노이즈가 울렸다. 줄곧 듣고 있었음에도 신경 쓰지 못했던 외부의 이야기들이 수마에 휩쓸리는 본능과 날카롭게 벼려진 채 놓지 못하는 이성의 경계에서 귀 안쪽을 긁었다. 뻐근해진 목덜미를 주무르며 고개를 젖히는 동안 비로소 들려오는 말들이 있었다. 뭐라고 하는 거지? 불안정한 신호음처럼 소리가 들려왔다. ……베리드 스타즈 붕괴 현장에서……. ……에 모인 채……하고 있는데요……에 빠져 집단…….

덜컹, 복도 어딘가에서 무언가 다급히 구르는 소리가 울렸다. 또 한 번 쾅, 부딪히는 소리와도 같았지만 하수창은 그것이 아마도 황급히 문고리를 잡아당기고 달려 나간 소리임을 알고 있었다. 줄곧 고요하던 곳에서 별안간 인기척 대신 울려온 요란한 소리였음에도 하수창은 주머니 안의 휴대폰을 움켜쥔 채 어두운 복도 끝을 노려보았다.

‘아. 그래. 잠들지 못했지.’

왜 그랬더라.

툭. 다시 찾아온 고요 끝에 무언가 작지만 적당한 무게감을 지닌 것을 내려두는 소리가 들렸다. 꿈과 같은 사건의 시작점은 늘 이런 식이었다.

— ……베리드스타즈 스타즈 붕괴현장에서……이 발견 되었습니다…….

이변은 언제나 불시에 일어난다. 깜빡, 또 한 번 눈을 감았다. 그는 또 아무것도 없는 복도 한복판에 서 있었다.

 

 

 

 

 

기묘하게 정제된 공기의 냄새를 맡아보고는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꼈다. 뒹굴면 꼭 뭐라도 묻어나올 것같이 어둡게 방치된 곳이었으나 그런데도 원래대로라면 이곳이 꽤 깨끗한 장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병원 냄새…….’

지익. 지이익. 질질 끄는 이명과 같은 잡음이 들렸다. 한참 동안 걷고 있는 기분이 들면서도 이 잡음을 듣기 시작한 건 방금 전이란 것을 깨닫는다. 장막처럼 깔린 어둠 속을 헤집는 동안 짚어본 벽 위로 가끔 굵직한 요철과도 같은 것들이 손끝에 걸렸다. 익숙한 질감과 모양새에 움켜쥐어보니 문이었다. 끝을 알 수 없는 만큼 언제 밝아질 지 모를 복도엔 마찬가지로 몇 개나 뚫려있을 지 모를 병실 문들이 늘어서 있을 것이다.

‘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보이지도 않는 것 같지만.’

안쪽에 무엇이 있을지 가늠해보다가도 혀를 차며 든 생각이 있었다. 아니 뭐, 여기 말고 저 쪽으로 걷는다고 해서 뭐가 있을지 누가 알아? 그래도 열어야 하나? 짧은 망설임 끝에 돌려본 손잡이는 단단히 잠긴 채 철컥대기만 할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쯧.” 누가 들으라고 내두른 혀는 아니었지만 답답한 마음을 대변하기엔 충분했다.

꿈속의 꿈이라는 건 들어봤지만 깨지 못하는 꿈이란 것도 있을까. 하수창은 어릴 적 간혹 꿔봤던 악몽 같은 것들을 떠올렸다. 별안간 추락하거나, 어딘가에 갇혀서 빠져나갈 곳을 못 찾는다던가, 무언가가 쫓아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답답해하며 뛴다던가 하는 등의. 지금은 무언가가 쫓는 것도 아니요 일직선일 복도를 정처 없이 걷고 있을 뿐 헤맨다는 느낌이 드는 건 아니었지만 자꾸만 그러한 꿈들이 떠올랐다. 이곳에 꼭 헤매고 쫓기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을 것만 같다. 만약 이곳과 이것들이 꿈이라면 꿈을 깨야 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닌 타인일 것이다. 여기까지 깨달은 하수창은 곧 당연한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그게 누구지?

 

 

 

 

 

이변은 곧 이면과도 같지 않을까.

하나, 둘, 그리고 또 하나.

눈을 돌리니 그림자가 사라졌다. 머리 위에 큰 것, 발아래에 또 큰 것, 등 뒤에는 작은 것—그러나 뒤를 돌아도 볼 수는 없는 것—이 수십 개. 작은 것이 다닥다닥 붙은 채로 다 세어 보지 못할 만큼의 숫자라는 것만 가늠하고 걸음을 내디뎌 본다. 눈앞은 어둠이었지만 동시에 어둠이 아니기도 했다. 한 걸음을 딛기 전엔 보이지 않는 암막, 그러나 발을 딛는 순간 딱 그 걸음 만큼의 시야를 허락한다. 울리는 것은 딱딱한 바닥을 딛는 로퍼의 굽 소리 뿐이었지만 다른 의미로는 그 소리 외에 이 공간에 부딪혀 흔들리는 공기의 진동이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소리가 지나치게 크다. 마치 지금 이 곳에 움직이는 것은 단 하나 뿐이라는 걸 암시하기라도 하듯이. 시야로 따라잡지 못하는 그림자가 무수히 많음에도 이 공간엔 오롯이 혼자 있을 것이라 ‘다짐해 본다’. 때문에 하수창은 끊임 없이 생각해야 했다. 진실 뒤에 볼 수 있는 또 다른 현실 이라던가, 드러난 이야기 속에서 다 밝힐 수 없었을 추상적인 것 따위가 나타났다던가. 어느 것이든 하수창이 아직 알지 못하는 이야기 속의 또 다른 이야기. 마치 가위눌림과도 같다고 하겠다. 실재하는지 아닌지도 모를 무언가가 따라오고 있으며 저것이 살아있는 것인지, 혹은 사람인지도 모른다는 것.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을 이 따위로 고약한 상황이 만약 누군가의 꿈이라면 달리 무엇이라 표현해야 하겠는가. 악몽이나 가위눌림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서 본인 스스로가 멀쩡한 이유는 또 뭐라고 따져봐야 할까. 이변과 이면, 글자 하나만 슬쩍 바꾼 두 가지의 낱말을 머릿속으로 굴려본 하수창은 계속해서 꿈에 관련된 여러 말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가위눌림 혹은 악몽, 또는 흉몽, 개꿈……. 떠올린 것들 중 가장 나을 법한 일이 개꿈이란 것에 잠시 또 한숨을 쉬다가도 설마 싶은 꿈의 단어를 연상했다. 이 장소에서 자신의 판단하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자각몽도 아니었다. 아니면 이 모든 게 꿈이라는 착각 속에서 실재하거나……. 무엇이 되었든 하수창은 이 장소의 유일한 이물질일지도 몰랐다. 혹은 출구를 찾는 유일한 사람이라던가, 일직선으로 이어진 복도에서 점멸하는 빛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

잠시 발걸음을 멈춘 하수창은 고개를 돌려 지나온 길을 되돌아봤다. 열지 않고 지나친 복도의 모든 문들이 어둠에 먹힌 채 보이지 않았다. 되돌아간다 한들 열어볼 생각도 없이 스쳐 지나간 수많은 문들은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 덜컹! 또다시 어딘가에서 문을 박차는 소리가 들렸다. 내달리는 소리, 벅찬 숨소리, 흐느낌과 같은 것. 이제 와 들리는 모든 소리가 저 어둠 속에 파묻혀 있다. 왜 계속 보이는 거야……! 아직 닿지 않은 복도의 저 너머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울렸다. 알고 있는 목소리였다. 누구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꼭 혀 빼물듯 늘어진 테이프의 재생 소리 같았다.

‘그럼 뭐, 미로 속의 주인공이라 칠까?’

이제야 이 뭣도 모를 한복판에 우뚝 세워진 채 헤매는 것도 없이 걷게 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요는 어차피 누구와 접하게 된들 이야기 속에서 맡게 된 역할이란 한결 같을 뿐이라.

‘참견인, 협잡꾼, 길잡이, 헤매면 찾아주고, 부추기고, 떠들기만 할 뿐인 거지. 딱 거기까지인 거야. 그래도 난 역시,’

생각을 미처 다 이어보기도 전 ‘손’들이 움직였다. 긴 어둠 속에 빨려 들어가듯 사방을 스치며 미끄러지듯 물결치고 움직이는 그림자들이었다. 스치는 자리마다 그림자의 자취가 남았다. 붉거나 검거나 혹은 검붉은 손들의 자국이 마치 길 안내를 하듯 점점이 이어진다. 저 손이 많은 것을 해낸다. 저 손이 많은 것을 따르게 한다. 저 손이 많은 것을 묶어 둔다. 저 손이 많은 것을 휘어 잡는다. 저 손이 많은 것을 솎아낸다. 많은 것에 닿고 싶어 한다. 그리고 즐거워 하겠지. 닿고, 끌어들이고, 그리고 내 손은…….

‘역시 나는……어떻게 하고 싶었더라?’

탁탁탁탁. 의문하고 있을 때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흐느낌이 들린다. 어둠에 묻힌 막다른 끝에서 주저 앉은 채로 양손을 허공에 내민 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순간 반가운 마음에 입을 열어본 하수창은 그대로 무언가를 불러보려고 했다. 그러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정확히는, 말 할 수가 없었다. 깜빡, 눈을 감았다. 이번에도 복도 한복판이라면 가만 안 두겠어. 이를 갈고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앞엔 여전히 한 사람의 뒷모습이 그림자에 물들어 있었다.

벽 끝을 물들인 그림자들이 스멀스멀 내려온다. 마침내 그 사이로 주저 앉은 채 양팔을 뻗은 한 사람의 손가락에 얽히는 것이 있었다. 선뜻 나서지 못하는 하수창의 눈엔 마치 스스로 다가와 감기는 거미줄과도 같아 보였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본다면 그것이 그저 하염없이 늘어지거나 떨어지는 손들 따위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수창은 그 안에서 웃음을 보았다. 손끝에 입이 달린 채 마치 친근한 동반자를 맞이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둥글게 원을 자아내고 에워싸며 보듬기라도 하는 모양새는 손을 뻗어 닿기를 애원하는 한사람에게로 다가간다. 저걸 뭐라고 해야 할까. 세상에서 단 하나 남은 동아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손을 뻗는 ‘그’가 보인다. 점점이 떨어질 것 같던 그것을 움켜쥐고 끌어당기는 손끝에 파란 줄기가 감겨왔다. 빛깔만 아니라면 검은 손들 사이에서 넘실거리며 흐르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 흘린 피라고도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파랗고, 가느다랗게, 침묵을 매달고 흔들리는 손짓이 그의 목을 감싸 쥔다. 어어, 저러면 안 되는 거지? 제 발밑을 빠르게 굽이쳐 흐르는 손들을 두고 하수창은 본능처럼 한 손을 뻗었다. 해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뭐라고 했더라?

“한도윤?”

입 밖으로 내밀어보고자 했던 어떤 말은 제멋대로 뒤엉킨 채 입천장에 머물렀다. 다급한 마음과는 다르게 손들은 빠르게 한 사람을 물들이고 있었다. 모두 감싸 안게 되면 어떻게 될까.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이 복도도 조용해질까, 혹은, 누군가의 등장으로 또 다시 한 점의 불빛만이 점점이 반복하며 점멸할까.

초조함이 기억을 뒤덮었다. 중요한 것을 잊은 기분이 든다. 얇은 포장재를 뜯으려다가 자꾸만 손가락이 미끄러질 때처럼 짜증이 솟았다. 뭐라고 말하려고 했었지? 처음부터 내키지 않았으면서도 결국은 불러야 했던 것, 아주 단순하면서도 간단한 시작이었던 것, 대답을 해보라 종용하며 부르던 어떤 말을 기억하기 위해 애썼다. 알지 않으려 했으나 결국은 알게 되었고, 이타심에 실어둔 목적이었음에도 결국은 진심으로 바랄 수밖에 없었던 것. ‘그’의 손가락이 푸르게 물들어가는 중에도 하수창은 문득 새벽의 차가웠던 자신의 손가락을 기억했다. 푸른 빛을 받으며 딱딱한 표면 위에 꾹꾹 눌러 담아 보낸 진심을 떠올려본다. 사실, 나는…….

바닥을 흐르다가 벽으로, 천장을 기다가 다시 아래로. 손을 뻗은 사람에게 닿기라도 하듯이 또 다른 손들이 둥글게 모인 채 삽시간에 쏟아질 것 같은 먹물처럼 내려왔다. 뚝뚝 떨구어지는 그림자들은 마치 한 사람을 안아주는 것도 같다. 끌어올려 주기라도 하듯 물들이고, 에워싸고, 그 아래로 끊임 없이 손들이 흐른다. 목을 감싸며 내려오는 얼룩진 덩어리 사이에서 한 사람의 양발이 흔들렸다. 손을 뻗어본다. 물밑에 가라앉은 무거운 옷가지를 끌어올리는 심정으로 억지로 혀를 움직였다. 한도윤. 마침내 알고 있는 이름을 불러본다.

한도윤의 손이 뻗어 나왔다. 그는 여전히 등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제 주변에 덮쳐오는 얼룩진 그림자들을 반기고 있었다. ‘그게 아니야.’ 마침내 하수창의 발이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또 다시 한 걸음, 제 발목을 휘어잡으려던 검은 손들을 찰나에 뛰어넘은 채 그에게로 달려간다. 허리를 휘감는 그림자의 타래를 뿌리치고, 때로는 후려치고 달리면서 시차에 묻혀있던 진심을 기억하기 위해 애썼다. 커다란 손이 등 뒤에서 몸을 찍어 눌렀다. 숨이 턱 막히는 것도 아랑곳 않고 움직이는 찰나, 마침내 발목마저 잡힌 하수창은 이제 거의 바닥을 기다시피 하고 있었다. 앞으로 몇 발자국, 어쩐지 익숙한 기시감이 드는 그 거리를 두고 하수창은 팔뚝과 손바닥에 가려진 채 이제 아주 조금밖에 보이지 않는 동그란 정수리를 향해 말했다.

“한도윤?”

미동이 없다. 그러나 하수창은 제 몸을 옥죄어 오는 손아귀 속에서도 혀를 깨물고 악을 쓰며 말했다.

누가 멋대로 헤매게 한다는 거야. 마침내 하수창은 그가 꼭 해야만 했던 어떤 말을 기억했다. 전송되지 못한 채 허공을 헤매다 꿈과 같은 미로에 갇혀 흩어진 데이터를 기억했다.

“진실보다도 네가 무사히 나오기만을 바라…….”

그러니까 이런 고약한 사이드 스토리는 다시 없어야지. 네 이야기의 끝은 그게 아니야. 전달 되지 못해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한마디가 허공에 울린다. 그러나 그 또한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진실보다 중요한 소망이 온전히 그에게 닿기만을 바란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을.

바닥을 기던 손을 뻗어본다. 한도윤의 뒷모습을 물들인 수많은 손들을 파헤친다. 끈적이게 들러붙는 기분 나쁜 액체라도 되는 것처럼 한도윤을 에워쌌던 ‘손’들이 하수창을 옭아맸다. 더러 입으로 밀려들어 오는 그림자의 얼룩에선 쓴 맛이 났다. 때로는 짭짤하기도 했고 쇠냄새가 나기도 한다. 역한 기분과 함께 숨이 막혀 오면서도 말하기를 그치지 않기로 한다.

“죽으면 죽인다고 했지.”

너도 아마 그렇게 생각할 거야. 그렇게 시작하는 이야기니까.

사실 좀 지나친 농담이려나 싶었다.

손끝에 온기가 닿았다. 아직은 따뜻하다는 것에 안도한다. 물 아래를 헤집는 것과 같이 잠긴 한 끝 숨을 남겨 두고 하수창은 제 손가락에 닿은 온기를 움켜잡았다. 깜빡, 눈을 감아본다. 다시 한번 깜빡, 눈을 떠본다.

하얀 손이 실타래처럼 그의 손을 움켜잡았다. 한도윤의 손이었다.

 

 

 

***

 

 

 

깜빡. 눈을 감았다가 떠본다. 지나치게 정제된 탓에 몇번을 경험해도 도통 익숙해지지 않는 공기의 냄새가 밀려들어 왔다. 아, 잠깐 헤맸네. 어디로 가야 하더라? 정처 없이 되는대로 발걸음을 놀렸던 것 같다. 낯선 복도 한복판에서 주변을 둘러본 하수창은 잠시간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곧 어깨를 으쓱였다. 뭐, 어디든 돌아다니다 보면 있겠지. 신기하게도 별 다른 걱정이 되지 않았다. 되는대로 발을 굴리다가 헤맸을 뿐인데도 어쩐지 초조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둔탁한 로퍼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늦은 아침의 인적 드문 조용한 복도에서 한 사람의 발소리만이 울린다. 햇살이 밀려들어 오는 복도는 계절이 무색하게 따뜻하고 밝았다. 어쩐지 문득 든 기시감 속에서 하수창은 복도에 늘어선 병실의 문들을 살펴보았다. 모두 조금씩 열린 채였다.

맑은 빛이 비추는 창틀 아래로 먼지가 반짝인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복도의 끝이 있을 것이란 걸 알고 있다. 당연한 사실이었지만 도로 되돌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란 생각했다. 기묘한 확신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이 또한 걱정은 되지 않았다. 햇살이 비추는 창가 아래, 찾고 있던 것을 마침내 발견한 까닭이다. 어째서 그런 확신이 들었을까? 지금은 생각해보지 않기로 한다. 떠올리려고 한들 걱정 속에 신경 쓰던 날 꾸었던 한낱 개꿈과도 같은 기시감일 것이다.

깜빡깜빡, 눈을 감았다 뜨는 동안 긴 다리가 성큼성큼 복도의 문들을 건너갔다. 동그란 뒤통수를 향해 빠르게 걸어가는 동안 울리는 발소리가 제법 요란했음에도 창가 아래 선 사람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있었다. 온전히 햇살을 받고 서 있는 등 뒤를 보고 하수창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양손을 앞으로 향하는 듯하다가, 곧이어 한 손으로 이마를 가린 채 창 너머의 햇살을 만끽하고 있었다.

입이 열리고, 무어라 스스로를 말릴 새도 없이 그를 불렀다.

“한도윤?”

마침내 그가 천천히 뒤돌아 섰다. 11월의 햇살이 비추는 맑고 밝은 어느 날이었다.

마늘 @dazin9arlic | 하수창+한도윤 논커플링

​메타적 요소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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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25 <Revenant> |  wix edited by @bs_extin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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