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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것은

트루+히든엔딩 후 2년 뒤, 어느 고등학생들의 이야기

w. 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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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 히든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 히든 캐릭터의 나이 및 친구관계 관련 날조가 다수 있습니다.

​* 코로나가 없는 평행세계의 2020년입니다.

“야 오늘 진짜 춥다. 11월 맞냐?”
“너 어제도 그 소리 했고 그제도 그 소리 했잖아.”
“니들 빨리 음료나 시키고 와. 난 이미 시켰다.”
“야 최유리 넌 뭐 시킬 거?”
“나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미쳤나 봐 방금 춥다고 한 거 누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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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럴 수도 있지, 얼죽아 몰라 얼죽아? 하고 소리치는 유리를 뒤로하고 하린은 주문대로 향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랑 따뜻한 카페라떼 한 잔이요. 아 그리고 치즈 케이크도 한 조각 주세요.
고요했던 작은 카페가 시끌벅적한 활기로 가득 찼다. 겨울로 향하는 11월 말의 추위는 따뜻한 온기로 변했다. 이한결 너 OO대 논술 보러 간다며. 이번 주 아냐? 넌 어떡하게? 몰라 재종반 가야지. 근데 드럽게 비싸더라. 최유리 넌 어쩌게? 나 XX대 정시 써보려고. 가능? 찔러나 봐야지. 야 근데 하수연 걔는 뭐 한다고 안 왔대? 걘 대학도 붙었잖아. 아 걔 오늘 지 오빠랑 약속 있대. 놀러 다니느라 바쁘다 이거지. 


잔잔한 팝송이 조용히 흐르던 카페의 BGM이 바뀌고,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발라드 곡이 흘러나왔다. 하린이 갑자기 아는 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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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거 민주영 노래 아냐?”
“맞네, 이거 베스타 때 불렀던 거잖아.”
“5때?”
“아니 이거 4때 부른 거잖아. 탑 파이브 생방 때 부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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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드 스타즈 시즌 5는 시즌 4를 덮친 악재의 그림자, 시즌 4에 비해 확연히 떨어지는 재미로 인해 시즌 4에 한참 못 미치는 시청률로 종영했다. 베리드 스타즈는 결국 시즌 5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여러 악평에 시달렸던 베리드 스타즈 시즌 5에서도 우승자 민주영은 확연히 빛났다. 세간에서는 민주영 말고는 볼 게 없었던 시즌이라고도 평했다. 이제 오디션 출연자를 넘어 주목받는 솔로 가수가 된 민주영은 음원 차트 상위권을 자주 오르내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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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베스타 시즌 4, 탑 파이브 생방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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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좀 그렇다.”
“너넨 그 때 기억 나냐? 나 우리 인하 언니 잘못되면 어떡하냐고 새벽에 폰 붙들고 울고불고 난리치던 거.”
“그 때 난리치긴 하수연이 최고였지.”
“아냐 정하린 니가 더 했어. 완전 제정신 아니었잖아. 규혁 오빠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고 오만 데 다 빌고…”
“그러게. 그 때 다들 밤 새서 폰만 붙들고 있었잖아. 뉴스 보느라 카톡 보느라.”


이 자리에 없는 하수연을 포함해서, 넷은 그 날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그나마 한결은 여섯 시가 넘어 구조 소식이 들리자 안도하며 잠깐 잠에 들었더랬다. 그럴 법했다. 전국에 생중계된 초대형 사고였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준 연예인,  어찌 되었건 한창 주목받는 유명인들이 휘말린 이상 제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미치기 일보 직전의 팬들, 물 만난 어그로꾼들, 사실확인조차 더딘 자극적인 기사들, 이 때다 하고 쏟아지는 찌라시같은 연예 뉴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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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구조 소식 듣고 얼마나 안도했는지 몰라.”
“어찌 됐건 그 땐 인하 언니 살아서 너무 다행이었지. 그 생각밖에 안 났어.”
“아 나도 그 땐 규혁 오빠 살아 있어 줘서 고맙다고 펑펑 울었는데.”
“…그랬지.”
“야 나라고 알았겠냐? 나라고 알았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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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 나오지 못 한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사고사인 줄로만 알았다. 침통했다. 살아서 나온 것을 온전히 기뻐할 수 없었다. 서혜성의 팬이었던 몇몇 친구들이 교실에서 오열하는 것을 보았다.

그 뿐인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묻힐 수 있었지만, 진실은 달랐고, 이규혁의 생각 또한 달랐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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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리 오빠였던 게 자고 일어났더니 음주운전 뺑소니범이 되고, 우리 오빠였던 게 자고 일어났더니 마약사범이 되는 건 봤어도 우리 오빠였던 게 자고 일어났더니 살인범이 되어 있는 건 또 처음이었단 말야.”
“정하린 너 되게 쿨하게 말한다? 그 땐 안 쿨했으면서.”
“아 이제 놔 줬지. 그 땐 놓질 못 해서. 현실부정 존나 하고.”
“에휴, 그 땐 얘뿐만 아니라 우리 다 깜짝 놀랐어. 대한민국에 안 놀란 사람 없을걸.”
“나 그래서 한동안 유빈이 얼굴도 못 봤잖아. 유빈이가 서혜성 얼마나 좋아했는데. 아…지나고 생각하니 내가 미안할 건 또 아닌데.”
“근데 너 지금은 김유빈이랑 또 잘 지내잖아.”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그럼 뭐 안 되나? 어차피 다 지난 일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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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은 뭐 어떻냐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 보니 오인하는 잘 사나. 얘기 안 들린지 오래 된 거 같은데.”

“나 요즘 싱어게인 보는데 몇 년 전에 오디션 프로 나왔었던 사람들 막 나오고 그러더라. 그 땐 막 준우승도 하고 했던 사람이 잊힌 가수들이라고 나오는데, 되게 기분 이상하더라고. 근데 생각해 보니 나도 얼굴 보니까 그제서야 아 이 언니! 하면서 기억이 나지, 다 까먹고 있었던 거야. 인하 언니도 나중에 그렇게 되는 거 아닐까.”

“넌 뭔 오디션 프로면 다 보는 거 같다.”

“아 왜, 재밌잖아.”

“원래 오디션 프로 끝나고 좀만 지나면 몇 명 빼고는 다 잊혀지는 거지.”

“안 잊혀진 사람 민주영 있잖아.”

“몇 년 뒤면 또 어떻게 될지 몰라. 근데 주영 언니는 오래 활동 해 줬음 좋겠다.”

“그러게…노래 좋은데.”

 

잠시간 그 자리에 있던 아무도 말을 더 잇지 못했다. 몇 년 뒤는커녕 당장 눈 앞의 대학도, 진로도 불확실한데 타인의 몇 년 뒤를 어떻게 알까. 성인이 되길 막 앞둔 이들에겐, 너무나도 불확실하고 막연한 물음이었다.

노래를 들으며 잠깐 무언가 생각하던 한결이 떠올랐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노래, 작사작곡 한도윤이 했대.”

“뭐? 그 한도윤?”

“응. 주영 언니하고 계속 친하게 지내는 것 같더라고.”

“그 언니는 그 배신자하고는 또 왜…”

“와 한도윤 배신자라는 말 되게 오랜만에 듣는 거 같다.”

“야 말 조심해. 어디서 하수연 듣고 있다.”

“걔라고 뭐 지금도 도윤님 도윤님 하냐?”

“잠깐 저거 하수연 아냐?”

 

창 밖 유리의 시선 끝엔 즐거워 보이는 하수연이 있었다. 몇 발치 뒤에는 쇼핑백을 양 손에 한아름 든 수연의 오빠와, 그리고…

 

“하수연 진짜 듣고 있네.”

“어? 근데 저건 누구야?”

“응? 수연이 오빠잖아.”

“아니 수창 오빠 말고. 그 옆에 모자 쓴 남자.”

“그러게. 누구지…”

 

창 밖을 지나는 세 사람은 금새 사라졌고, 화제는 빠르게 바뀌었다. 야 너넨 1월 1일 되면 뭐 할 거야? 술부터 마셔야지. 아 언제는 한 번도 안 마셔봤대? 그래도 직접 민증 내밀고 사는 거 해 보고 싶잖아. 야 우리 1월 1일에 대학로 가서 다 같이 술 마실까? 어 나 가 보고 싶던 데 있었어. 야 우리 이제 어른이구나. 그러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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