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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ysanthemum

[krɪ|sænθəməm; krɪ│zænθəməm] [명] 국화

 

​문제편 이후, 어떤 남매의 이야기

​w.lua

* 작중 등장하는 남매는

스포일러 / 히든 캐릭터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베리드 스타즈 시즌 4에서 무대 붕괴 참사 벌어져….'

 

10월 4일 밤부터 10월 5일 새벽. 베리드 스타즈 시즌 4의 top 5, 5명과 스텝 2명이 매몰되었던, 사람들 사이에서 '베스타 4 사건'으로 명명된 이 참사에서 top 3, 오인하 씨를 제외한 전원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생방송 진행 도중 무대를 비롯한 건물이 붕괴되어 매몰되었으며, 무대가 설치되었던 건물은 짧은 기간에 무대를 완성하기 위한 과정에서 부실공사를 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처음 붕괴로부터 6시간여가 지난 후에야 구조된 생존자는 베스타 4에서 수준급의 댄스를 보여주었던 오인하 씨,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심지어 구조된 오인하 씨조차, 정신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받아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고인분들의 장례식은 한 시간 후인 오늘 10월 8일 정오, 합동 영결식으로 치러지기로 하였습니다.

 

합동 영결식에는 오인하 씨와 고인들의 가족과 지인, 현장 당시 스태프들, 그리고 베스타 4 사건 당시 관객들과 그 가족들만이 참석할 수 있습니다.

 

백광 일보, 강운 기자]

 

 

하아…. 아주 기사들이 쏟아지네, 쏟아져…. 비슷한 기사만 몇 개야, 대체…?

 

그나마 이 기사는 그때 당시 페이터 내용까지 쓰지는 않아서 다행이라 해야 하는 건가….

 

씁쓸하다. 그때 상황이 가십거리가 된 게…. 그때 도윤 오빠를 비롯한 사람들은 정말 구조가 간절했을 텐데.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는 그 사건 관련 뉴스, 꺼지지 않는 관심. 그 관심은 무너진 장소에 있던 사람들과 그때 있던 관객들을 향한 시선으로 돌아왔다. 살아남은 오인하를 위로하고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쪽의 관심부터, 남을 헐뜯기에 바쁜 안 좋은 관심, 그리고 그 상황을 분석하고 싶어 하는 관심까지 전부.

 

 

[최신 댓글

 

tkfkd -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곳에서는 방해 없이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펼치시길…. 10월 08일 11시 40분 추천 10 비추천 2

인류애 사라짐 - 내 닉이 저런 이유가 내 아래 댓 같은 사람들 때문임…. 아니 이 사람들아, 7명이 산채로 매몰되었고, 그중에 6명씩이나 죽었다고…. 그때 당시 페이터 하던 자들 중 몇몇이나 아래 댓…. 진짜 사람이 맞긴 한 거냐? 고인들의 명복을 빌어줘도 모자랄 판에. 하아…. 10월 08일 11시 30분 추천 120 비추천 3 대댓글 5

 

땡중이는 관심이 고파요 - ㅋㅋㅋㅋㅋㅋ 꼴 좋네. 서바이벌 방송 나가서 서로 나 뽑아주기- 이 지랄 하는 거 개 역겹던데. 10월 08일 11시 37분 추천 6 비추천 134 대댓글 47

 

난리났네 - 베스타 4 사건 당시 그 건물 근처에 현장에 있었던 관객들 말고도 구경꾼들 겁나 많아서 현장 통신도 거의 먹통이었다며. 근데 현장이든 다른 곳이든…. 사건 당사자들도 아닌 사람들이 구경은 왜 한 거고 페이터질은 왜 그렇게 해댄 거임? 솔직히 까놓고 봐. 다른 고인들은 몰라도 한도윤 같은 경우는 페이터가 죽였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냐? 마지막 페이터 시간까지는 살아있었다는 거고, 그럼 페잇 이후의 악플들도 다 봤다는 거잖아. 실제로 시신의 목에 끊어진 넥타이가 목에 조여져 있었다며. 그럼 내 말이 맞지 않냐? 10월 08일 11시 35분 추천 100 비추천 4 대댓글 7

 

에휴 -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어요. 그리고 단 한 명의 생존자인 오인하도 멘탈 잘 추스를 수 있길…. 10월 08일 11시 33분 추천 135 비추천 8 대댓글 0

 

진심 어린 한숨 -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그곳에서는 이런 사건 없이 평안하시길…. 10월 08일 11시 31분 추천 145 비추천 8 대댓글 0]

 

 

뭐가…. 뭐가 꼴좋다는 거야…? 사람들이 죽어 나간 게 그렇게 웃긴 일이야 이게…?

 

방송에 진심이었기에 할 수 있었던 행동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오히려 원래 그런 뜻이었다는 식인 양 악플을 적고 출연자들을 자신의 잣대에 맞춰 깎아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인 거야…?

 

".. 한 명의 투표라도 더 얻기 위했던 게…. 역겹다고…?"

 

"..후. 안 되겠다. …너, 그거 보지 마. 그곳 갔다가 다리도 다친 애가, 왜 다른 사람들 악플 보면서 정신을 깎아 먹고 있어."

 

"..그렇다고 핸드폰을 홀랑 뺏어가냐? 이거라도 안 보면 더 미칠 것 같단 말야."

 

"뭐가. 뭐가 미칠 거 같은데? 야. 너 그곳에서 거의 마지막 즈음에 구조된 거,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내 심정은 어땠을 거 같냐? 니가 그래도 그때 나만큼 미치겠냐?"

 

"..."

 

뭐, 거의 무너지기 직전쯤에 구출된 건 사실이긴 한데….

 

"너는, 그때 내가 무슨 심정이었는지 잘 모르겠지? 가족이라곤 너 하나밖에 없는데. 니가 그렇게 돼서 다쳤다는 거, 그리고 까딱 잘못했다간 무너질 때 너도 갇힐 뻔했다는 소릴 듣고 내가! 얼마나 미칠 뻔했는데!!"

 

..하. 본인만 미치겠는 줄 알지? 내가 요 며칠간 얼마나 힘들었는데…!

 

"..그래서! 그래서 나도 미치겠다고 하는 거야. 나도 조금만 더 늦었으면 저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생각으로 퍼지는데! 그래서 자꾸만 나를 더 우울한 쪽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그곳에 나도 같이 깔려서 다른 고인들처럼 죽었거나, 아니면 살았어도 그 전처럼 살 수 없겠지라는 생각이 너무 많이 나니까! 그래서 다른 쪽으로 신경을 돌려보고자 보는 거야!!"

 

"..뭐?"

 

"오빠만 내색 안 했어? 나도 내색 안 한 거야. 내가 내색해버리면 오빠는 또 나 과보호하려 할 테니까! 나도 건물 무너질 때 있었던 사람이야. 근데 내가 그걸 모를 거 같아? 내가 그래서 사람들 반응을 보는 거야. 설령 안 좋은 말이라고 해도! 내가 살아있다는 거, 그걸 알게 해주니까!! 오빤 내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봤어? 본인 생각만 한 게 아니고?"

 

".. 그건…."

 

"내가 그래서 보는 건데…. 잘 알지도 못하면 가만히 있지? 근데 보면 볼수록 우리 도윤 오빠의 그 페잇에 진짜 악플 단 그 악마들 진짜 짜증 나. 솔직히 걔들 아니었으면 그 안에서 버티고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더욱 안타까워."

 

"후…. 뭐, 다른 고인들은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도윤 시신은 푸른 넥타이가 목을 조른 상태였다고 했으니…. 그랬겠지. 철골 같은 데에 넥타이를 고정하고 거기에 목을 매서…. 그렇게 했는데 후에 넥타이가 끊어진 걸 테니…. 악플 페잇만 아니었으면 버틸 수 있었을지도."

 

꽉 조여져 있는 푸른 넥타이를 목에 감고 있던 상태였다던 도윤 오빠의 시신. 딱 봐도 스스로잖아, 이건…….

 

무너진 건물의 천장을 뚫고 들어간 구조대는, 분장실에 있던 오인하의 구조와 시신들을 발굴했다. 무대에 넷, 화장실에 하나, 좁은 복도에 하나. 발굴한 시신들은 치명상이었던 부분이 제각각 다 다르다고 했다. 머리가 치명상이었던 신 PD와 서혜성, 목이 졸렸던 이규혁과 도윤 오빠, 심장이 찔렸던 장 FD, 잔해에 깔려 온몸 전체가 치명상이었던 민주영까지. 그들은 무너진 상황에서도 구조를 바라던 사람들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몇몇 사람들은 여전히 악플을 달았지만…. 그래도.

 

"그래서 내가 진짜 그 소식 듣고 펑펑 울었잖아…. 원래 그렇게 갈 사람이 아니었는데…."

 

"안에선 자꾸 무너져서 불안한 와중에 시신 발견하고 밖에선 페잇에서 s승연이 설쳐대고 있었으니…. 정신이 극도로 몰렸겠지. 페잇 보면 그 시간엔 동갑인 한도윤과 오인하 빼곤 다 죽은 거는 맞는 거 같으니까. 매몰된 상황에서 같이 살아있던 사람들이 죽었는데. 무너진 건물 안은 있을 수 있는 활동반경이 좁을 거고, 그 상황에서 여러 명이 죽은 거면 눈앞에서 죽어간 사람도 있을 테니까. 그 상황을 두 눈으로 본 그런 상황인데 악플 페잇까지 본 거면…."

 

"그럼 달리 말하면 그 상황에서 악플들을 보지 않았다면, 간신히 버틸 수도 있었을 거잖아."

 

"그때 그 페잇을 적지 않았다면…. 뭐, 그랬을지도."

 

마지막의 그 페잇…. 다 죽었다던 그 말. 그리고 그 이후 사람들이 적은 '차라리 너도 죽어' 같은 페잇들. 안에서 무슨 상황이 일어난 건지는 몰라도 이미 벼랑 끝이던 사람을 벼랑 너머의 낭떠러지로 밀어 넣은 건 확실했겠지.

 

하…. 다르게 생각해서 무대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그렇게 벼랑 끝까지 몰릴 필요가 없었을 텐데.

 

"하아…. 결국 무대가 그 건물이 아니었다면 그런 글을 싸질러대는 악플러들도 없었을 테니 그렇게 되지도 않았을 텐데…."

 

"이미 엎질러진 물, 이렇게 대화해봤자…. 이미 떠난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아."

 

"그렇긴 해. 그렇긴 한데…. 이렇게 떠난 게 너무 안쓰럽잖아. 다 30대도 넘지 않은 사람들인데. 20살도 있었고. 다들 이렇게 한순간에 끝날 거라는 생각도 안 했을 거 아냐…."

 

20대 후반에서부터 20살이었던 사람까지. 다들 아직 30살 넘게 살아보지도 않았던 사람들인데.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보다 더 많이 남은 사람들이었을 텐데.

 

그냥, 자신이 살아갈 길을 위해 열심히 달리던 사람들일 텐데. 그 길이 중간에 다른 사람들의 잘못으로 잘린 거니까….

 

"죽음이란 거, 그렇게 갑자기 찾아오기도 하는 법이니까. 누구도 알지 못했던 이런 방식으로도.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는, 거기서 살아남은 생존자인 오인하만이 설명 가능할 텐데…. 그 오인하도 지금 충격으로 극도의 불안상태니까. 이곳에 온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할 정도니까. 그 상황을 제대로 알 수는…. 없지."

 

"오인하도 그 사건 겪은 피해자니까. 겨우겨우 살았을 텐데, 혼자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악플도 먹고."

 

'그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제대로 설명해 오인하!', '오인하가 그 안의 상황을 설명하길 기원하는 모임 구함 1/100000000' 등등의 댓글부터 시작해서 '니가 우리 오빠 죽는 거 방치한 거지! 이 xx년!'같은 심한 악플까지…. 갖은 악플들은 전부 겪는 상황이니 제대로 된 정신을 붙잡기도 힘들겠지, 오인하는.

 

"그 상황을 겪은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벅찰 텐데 그 상황에서 악플까지 있으니 제대로 회복하기도 힘들 테지. 고인들 따라가려고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정도니까."

 

 

[잠시 후, 고인들의 합동 영결식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참석자분들께서는 자리에 착석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오빠랑 이야기하다 보니 시간 다 가는 줄도 몰랐네…!

 

"이제 시작인가 보다. 조용히 하자 우리."

 

***

 

합동 영결식의 순서가 거의 다 끝나고, 고인들의 영정사진 앞에 국화를 놓고 묵념하는 시간. 나와 오빠는 도윤 오빠의 영정사진 앞에 국화를 놓고 묵념을 하기 시작했다.

 

음악의 길 하나만을 따라가다가 끊어진 길의 절벽 너머로 밀려버린 사람. 그곳에서는 미처 못다 한 음악을 원하는 만큼 하고 아프지 말고 지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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